나목(裸木) - 시인 신경림 나목(裸木) - 시인 신경림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밤이면 메마른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뒤틀린 허리에 밴 구.. 詩 隨筆 等 2017.02.02
사랑해서 외로웠다 / 시인 이정하 사랑해서 외로웠다 / 시인 이정하 나는 외로웠다 바람 속에 온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 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혼자 일 때,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 詩 隨筆 等 2017.01.20
새벽강 / 시인 박광호 새벽강 / 시인 박광호여명을 헤치며빛살 휘감아 물안개 피우는새벽 강,하늘의 냉 기운이 땅위에 깔려도대지의 사랑은 있어밤새 지열에 익은 강물이안개꽃을 피운다.산곡을 휘돌아 가는 물길이물안개로 뒤덮여 뵈질 않아도어제도 오늘도제길 알아 흐르는 강물성난 폭우로 자기 살 허물어 뜯던아픔도 있었지만물살 따라 물안개 피우는평화로운 모습도 보겠구나!피어났다 사라지는삶의 애환 바라보듯햇살은 물안개 보듬어 안아아침을 연다. 詩 隨筆 等 2017.01.07
씨앗의 겨울잠 / 시인 정유찬 씨앗의 겨울잠 / 시인 정유찬 긴긴 낮과 밤을 잠들어세상을 등지고봄날이 오기를 기다리는봄의 씨앗은겨울의 땅 속에서꿈꾸며 독백을 한다 자신의 날이기어이 오리라는 확신 속에온몸이 얼어붙는 추운 날도무겁게 짓누르는 흙덩이도기꺼이 견디며미소 지을 수 있는 거라고 나는 잠든 .. 詩 隨筆 等 2017.01.07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 시인 김남조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사랑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당신에게 이별이 찾아와도 당신 과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해 줄테니까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과 사랑을 하세요 그래야 행여나 익숙치 못한 사랑으로 당신을 떠나 보내는 일은 없을 .. 詩 隨筆 等 2016.12.23
내리막길의 기도 / 시인 박 목월 내리막길의 기도 / 시인 박 목월 오르막길이 숨 차듯 내리막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그것으로 초밤길을.. 詩 隨筆 等 2016.12.23
감각 /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감각 /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푸른 여름날 저녁 무렵이면나는 오솔길로 갈 거예요밀잎에 찔리며 잔풀을 밟으며꿈꾸는 사람이 되어발치에서 신선한 그 푸름을 느낄 거예요바람이 내 맨머리를 흐트러뜨리도록내버려둘 거예요나는 말하지 않을 거예요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거예.. 詩 隨筆 等 2016.09.16
방랑의 길에서 / 시인 헤르만 헤세 방랑의 길에서 / 시인 헤르만 헤세 슬퍼하지 마라. 곧 밤이 오고, 밤이 오면 우리는 창백한 들판 위에 차가운 달이 남몰래 웃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의 손을 잡고 쉬게 되겠지 슬퍼하지 마라. 곧 때가 오고, 때가 오면 쉴 테니, 우리의 작은 십자가 두 개 환한 길가에 서 있을지니 비가 오고 .. 詩 隨筆 等 2016.09.16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사람 궂이 빛나려 애쓰지 않아도 빛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눈부신 사람이 있습니다 검은 옷을 입어도 하얘 보이고 아무리 감추려 해도 고와 보이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안하다고 말하면 더 미안해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 더 사랑하는 사람 언제라도 슬.. 詩 隨筆 等 2016.09.05
나를 아름답게 하는 기도 / 시인 이해인 나를 아름답게 하는 기도 / 시인 이해인하루 분량의 즐거움을 주시고일생의 꿈은 그 과정에 기쁨을 주셔서떠나야 할 곳에서는 빨리 떠나게 하시고머물러야 할 자리에는영원히 아름답게 머물게 하소서.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하시고내가 상처 입었을 때는 빨리 치유해 주소서. 인내하.. 詩 隨筆 等 201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