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 시인 안도현 나란히 함께 간다는 것은 - 시인 안도현 길은 혼자서 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멀고 험한 길일수록 둘이서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철길은 왜 나란히 가는가? 함께 길을 가게 될 때에는 대등하고 평등한 관계를 늘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토닥토닥 다투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 詩 隨筆 等 2019.06.19
구름 하청 / 시인 최연수 구름 하청 / 시인 최연수 그때와 지금을 오가는 날짜가실통에서 실통으로 풀린다 오래된 밑단을 뜯어야하는 내가 오후를 재는 동안시접을 늘릴 일 없다던 먼 네가 안경을 고쳐 쓴다 흐린 날들을 꿰매면 먹구름이 되고후드득 쏟아진 바늘에 유행의 지형이 바뀐다몰려든 하청이 특수를 향.. 詩 隨筆 等 2018.10.05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원로 시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원로 시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 詩 隨筆 等 2018.09.22
답십리 / 시인 민 영 답십리 -민 영- 하나 땅거미 지면 거나해서 돌아온다. 양 어깨 축 늘어진 빨래가 되어. 새벽에 지고 나선 청석(靑石)의 소금 짐은 발 끝에 채이는 돌멩이만도 못하구나! 촬영소 고개 너머 십 리(十里) 불빛. 중랑천 둑방에는 낄룩새 운다. 둘 고개 하나를 넘으면 아주까리 마을. 오리 치는 초.. 詩 隨筆 等 2018.09.19
고향길 / 원로시인 신경림 고향길 - 신경림 - 아무도 찾지 않으려네. 내 살던 집 툇마루에 앉으면 벽에는 여직도 쥐오줌 얼룩져 있리. 담 너머로 늙은 수유나뭇잎 날리거든 두레박으로 우물물 한 모금 떠 마고 가윗소리 요란한 엿장수 되어 고추잠자리 새빨간 노을길 서성이네. 감석 깔린 장길은 피하려네. 내 좋아.. 詩 隨筆 等 2018.09.19
고목 / 원로시인 김남주 고목 - 김남주 -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 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 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 주고 싶다. 해 설 [개관 정리.. 詩 隨筆 等 2018.09.19
소년에게 / 원로시인 이육사 소년에게 -이육사- 차디찬 아침 이슬 진준가 빛나는 못가 연꽃 하나 다복히 피고 소년아 네가 났다니 맑은 넋에 깃들여 박꽃처럼 자랐어라. 큰강 목놓아 흘러 여울은 흰 돌쪽마다 소리 석양을 새기고 너는 준마 달리며 죽도(竹刀) 저 곧은 기운을 목숨같이 사랑했거늘 거리를 쫓아다녀도 .. 詩 隨筆 等 2018.09.14
살아 있는 날은 / 시인 이해인 살아 있는 날은 - 이해인 - 마른 향내 나는 갈색 연필을 깎아 글을 쓰겠습니다. 사각사각 소리나는 연하고 부드러운 연필 글씨를 몇 번이고 지우며 다시 쓰는 나의 하루 예리한 칼끝으로 몸을 깎이어도 단정하고 꼿꼿한 한 자루의 연필처럼 정직하게 살고 싶습니다. 나는 당신의 살아 있는.. 詩 隨筆 等 2018.09.14
나룻배와 행인 / 원로시인 한용운 나룻배와 행인 - 한용운 -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나는 당신을 안으면 깊으나 옅으나 급한 여울이나 건너갑니다. 만일 당신이 아니 오시면 나는 바람을 쐬고 눈비를 맞으며 밤에서 낮까지 당신을 기다립니다. 당신은 .. 詩 隨筆 等 2018.09.14
깃발 / 원로 시인 유치환 깃발 - 유치환 -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理念)의 푯대 끝에 애수(哀愁)는 백로(白鷺)처럼 날개를 펴다. 아! 누구인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닯은 마음을 맨 처음 공.. 詩 隨筆 等 2018.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