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내리막길의 기도 / 시인 박 목월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6. 12. 23. 15:42


 

 
 
내리막길의 기도 / 시인 박 목월


오르막길이 숨 차듯 

내리막길도 힘에 겹다. 

오르막길의 기도를 들어주시듯 

내리막길의 기도도 들어 주옵소서. 



열매를 따낸 

비탈진 사과밭을 내려오며 

되돌아 보는 하늘의 푸르름을 

뉘우치지 말게 하옵소서. 



마음의 심지에 물린 불빛이 

그것으로 

초밤길을 밝히게 하옵시고 



오늘은 오늘로써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하옵소서. 

어질게 하옵소서. 



사랑으로 충만하게 하옵소서. 

육신의 눈이 어두워질수록 

안으로 환하게 

눈 뜨게 하옵소서. 



성신이 제 마음 속에 

역사하게 하옵소서. 



下旬(하순)의 겨울도 기우는 날씨가 

아무리 설레이어도 

항상 평온하게 하옵소서. 



내리막길이 힘에 겨울수록 

한 자욱마다 

全力(전력)을 다하는 그것이 

되게 하옵소서. 

빌수록 차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