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裸木) - 시인 신경림
나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서서
하늘을 향해 길게 팔을 내뻗고 있다
밤이면 메마른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빛을 받아 드러낸 몸통에서
흙 속에 박은 뿌리까지 그것으로
말끔히 씻어 내려는 것이겠지
터진 살갗에 새겨진 고달픈 삶이나
뒤틀린 허리에 밴 구질구질한 나날이야
부끄러울 것도 숨길 것도 없이 한 밤에 내려
몸을 덮는 눈 따위 흔들어 시원스레 털어
다시 알몸이 되겠지만 알고 있을까
그들 때로 서로 부둥켜안고
온몸을 떨며 깊은 울음을 터뜨릴 때
멀리서 같이 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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