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가는 길 / 시인 김소월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7. 3. 8. 23:02



 
 
 가는 길 / 시인 김소월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가마귀, 들에 가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강물, 뒷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개벽>(1923.10)-

 




  

해        설

[ 개관정리 ]

◆ 성격 : 민요적, 전통적, 애상적

◆ 시적자아 : 피할 수 없는 상황(이별의 상황) 속에서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아

                      떠나야만 하는 현실과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에 휩싸인 자

◆ 표현

    * 간결한 구조와 유음, 비음으로 된 시어를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거둠.

    * 1연의 '시행걸침(행간걸림)'의 효과 ― '하니'라는 시어가 통사적으로는 2행에 놓여야 하는데, 3행으로 내려놓음으로 해서 시적 자아의 감정의 깊이를 미세하게 표현할 수 있었음.

    * 1, 2연과 3, 4연의 운율 대조 ― 1,2연은 전체가 3음보 하나로 이루어져 있는데 반해 3연은  3음보 2개, 4연은 3음보가 3개로 이루어져 있음으로 해서 호흡의 차이가 생긴다. 1, 2연은 천천히 느린 호흡으로 읽히면서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애틋한 심리가 나타나고, 3, 4연은 빠르게 읽히면서 상황의 촉박감(서두름)이 느껴진다. 이러한 운율 구성은 이별을 망설이는 화자의 내면과 떠나야만 하는 상황 사이에 긴장감을 조성함으로써 읽는 이에게 이별의 안타까움과 애상감을 효과적으로 제시한다.

 

◆ 중요시구

   * 가마귀

        → 보고싶은 사람을 못보게 하거나, 떠나기를 강요하는 역할

            어둠의 전조(前兆)를 알리는 시간의 새이면서,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반영하는 객관적 상관물

    * 강물 → 전통적 상징 의미(이별)의 이미지

                  흘러가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삶의 표상으로, 인간의 의지로 극복될 수 없는 한계의식 암시

 

◆ 주제 : 이별의 순간에 느끼는 심리적 갈등(아쉬움과 망설임, 그리움)

[시상의 전개방식]

◆ 1연 : 이별하는 순간의 아쉬움과 그리움

◆ 2연 : 아쉬움과 그리움의 심화

◆ 3연 : 가마귀의 재촉

◆ 4연 : 강물의 재촉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우리 민족의 내면에 흐르는 정한의 세계를 전통적인 세 마디 가락에 담아 진솔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상황은 갈 길을 재촉하는데 화자는 그리움과 미련 때문에 머뭇거리고 있다. 이처럼 애틋한 화자의 심정은 몇 마디 되지 않는 시어와 여성적 어조, 전통적 가락에 담겨 표현되고 있다.

<가는 길>의 서정적 자아는 이별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는 그냥 갈까 하다가 그래도 다시 한번 더 돌아보고픈 마음의 흔들림 속에 있다. 그는 그리워하면서도 평소에는 '그립다'는 말조차 못하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립다'는 말을 할까 하고 마음속에 되뇌어 보는 순간 마음속에 고여 있던 그리움이 새삼 절실하게 밀려온다. 이 시는 이별의 상황에서 느끼는 그리움과 망설임, 그리고 아쉬움이라는 미묘한 심리를 노래하고 있다.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 속의 감정들을 섬세한 말씨와 대조적인 배경설정을 통해 노래하고 있다. 1·2연에서는 간결한 시어와 행간걸림을 통해 시적 자아의 주저와 망설임이 나타나 있고, 3·4연에서는 시적자아를 서두르게 하는 자연 배경으로서 가마귀 울음 소리와 강물의 흐름이 나타나 있다. 얼핏 대조적으로 보이는 상황설정은 서로의 의미를 강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즉, 1·2연의 망설임 때문에 3·4연의 서두름이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 더 읽을거리 : 지속과 변화, 흐름의 철학

이 작품은 지속과 중단, 그리고 변화라는 흐름의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우선 '가는 길'과 '흐르는 강물'은 인생과 자연의 원리가 지속에 근거함을 비유적으로 말해 준다. 기 · 승 · 전 · 결이라는 4연 구조로 짜여진 이 시는 다시 1, 2연과 3, 4연으로 구분된다. 먼저 1연은 '그립다(지속)', '말을 할까(중단)', '하니 그리워(변화)'라는 세 가지 감정의 기복을 보여 준다. 이것은 그리움이라는 지속적인 감정이 겪고 있는 갈등의 표출이면서, 동시에 사랑의  본질적인 한 모습이 된다. 2연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갈까 / 그래도 / 다시 더 한 번 ····'이라는 구절 속에는 단념과 미련이라는 중단과 지속의 갈등이 개재되어 있는 것이다. 아울러 이 속에는 미완의 긴장이 형성됨으로써 시의 서정성을 강화하게 된다. 사랑은 지속과 중단, 그리고 변화의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하나의 흐름을 이뤄가게 되는 것이다. 이 점에서 사랑은 생의 원리와 근본적인 동일성을 지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것은 지속과 변화, 혹은 지속과 중단과 변화라는 흐름의 원리 위에 놓여짐을 의미한다. 3연에서는 예의 상관물이 등장한다. 여기에서는 가마귀가 그것이다. '저 산'과 '들'에서 '서산에 해 진다고 지저귀는' 가마귀는 퍼스나의 시적 인식이 비관적인 것에 연결돼 있음을 말해 준다. 가마귀는 비관적인 생의 인식을 반영하는 정서적 상관물에 해당하는 것이다. 4연에서 강물도 마찬가지다. '앞 강물, / 뒷 강물 / 흐르는 물'은 흐름으로서의 그리움(사랑)이며, 흐름으로서의 생의 원리를 제시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강물'은 '길'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지속과 변화의 표상이다. 그리고 이들은 앞과 뒤에서 서로 밀고 당기는 힘으로서 작용하게 마련이다.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라는 강물의 밀고 당김은 바로 체념과 미련, 지속과 변화, 이성과 감성 등이 서로 갈등을 이루는 사랑의 모습이자 인생의 모습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움으로서의 사랑과 변화로서의 인생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긴장을 이루며 전개되어 간다는 점에서 '강물'과 유사한 것이다. 이 점에서 시 <가는 길>은 '흐름'의 원리로서 사랑과 인생을 파악한 작품으로 이해된다.

- 김재홍, <한국 현대 시인 연구>에서

◆ 교과서 학습활동 풀이

1. 시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심리적 반응, 곧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별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떠올려 보자. 자신이 막상 떠나려고 할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생각해 보고, 이러한 경험을 시적 화자의 정서와 비교해 보자.

→ 시는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심리적 반응, 곧 정서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별의 상황에 대한 정서적 반응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즉, 헤어지는 사람과의 관계라든가 이별의 원인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싫은 사람과의 이별이라면 시원하고 후련한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대개의 경우 이별은 아쉬움과 미련을 남기게 마련이다.

이 시의 시적 화자는 이별의 상황에 처해 있다. 이별의 이유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이별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립다'는 말을 하기 전까지는 어렴풋하던 그리움이 그 말을 하고 난 뒤부터는 하나의 선명한 실체로 바뀐다. 그리하여 새삼 못 견디게 임이 그리워지고, 이별이 아쉬워지며, 마침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망설이게 된다. 2연의 말줄임표에는 이러한 그리움과 아쉬움, 망설임의 정서가 함축되어 있다. 이러한 심리적 체험은 이별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몇 마디 되지 않은 말로 이처럼 섬세하게 그리움과 망설임이 뒤섞인 상태를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 시가 공감을 주는 요인은 이처럼 이별의 상황에서 느낄 수 있는 미묘한 심리를 절묘하게 표현해 낸 데 있다.

 

(2) '지저귑니다', '흐릅디다려'와 같은 말투는 시에 어떤 분위기를 형성하는지 말해 보자.

→ 시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시적 화자는 여린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임을 몹시 그리워하면서도 '그립다'는 말조차 못하는 소극적이고 여성적인 존재다. '지저귑니다'는 '지저귄다'보다 훨씬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주는 말이며, '흐릅디다려'는 '흐릅디다그려'의 준말이다. 여기서 '-디다(그)려'라는 종결 어미는 자신이 체험한 사실을 청자에게 다시 한 번 강조할 때 쓰이는 말로, 이별의 상황에 대한 화자의 애상적인 감정이 내포되어 있다. '지저귑니다', '흐릅디다려'와 같은 말투는 시적 화자의 여성적이며 소극적인 태도와  대응되면서, 애상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2. '시는 자신의 정서를 간결하면서도, 운율 있는 언어로 표현한다.'는 말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각 연에 나타난 시적 화자의 심정을 산문으로 표현해 보고, 이를 원작과 비교해 보자.

      • 1연 : 그립다고 말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선뜻 말하지는 못하겠다, 말하려고 생각을 하니 더욱 그리움이 사무친다.
      • 2연 : 마을 하면 떠나기가 어려울 것 같고, 그래서 그냥 갈까 싶은데 그래도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돌아보게 된다.
      • 3연 :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과 들에서 지저귀는 까마귀들은 해 지기 전에 가야 한다고 재촉을 하는 것 같다.
      • 4연 : 흐르는 저 강물은 어서 가자고 연달아 흐르며 나를 재촉하는구나.

→ 산문은  시적 화자의 심경을 직설적으로 전달하고, 분명하게 드러내 준다. 마음의 상태를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화자가 지니고 있는 정서나 심리 상태 등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것은 오히려 시쪽이다. 산문이 뜻을 이해하기에 적절하다면, 시는 마음이나 기분 상태 등을 그대로 느끼기에 적절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차이는 시와 산문에서 언어가 운용되는 방식이 다른 데서 기인한다. 시는 운율을 가진다. 운율은 리듬을 형성하고, 리듬의 반복이나 변화는 읽는 이의 감정을 흥분시키거나 가라앉히면서 의미를 강화하고 인상적으로 만들어 준다.

 

(2) 이 시는 글자 수나 행의 배치가 일정하지 않은 것 같지만 낭송을 하다 보면 일정한 율격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동일한 율격으로 고쳐 써 보고, 고쳐 쓴 것과 원작이 주는 느낌의 차이를 말해 보자.

<예시>

    그립다 / 말을 할까 / 하니 그리워 //

    그냥 갈까 / 그래도 / 다시 더 한 번 //

    저 산에도 / 가마귀 / 들에 가마귀 //

    서산에는 / 해 진다고 / 지저귑니다. //

    앞 강물 / 뒷 강물 / 흐르는 물은 //

    어서 따라 / 오라고 / 따라가자고 //

    흘러도 / 연달아 / 흐릅디다려. //

→ 이 처럼 시의 내용을 바꾸지 않고 연과 행의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동일한 율격이 반복되는 시로 고쳐 쓸 수 있다. 원작과 새로 고쳐 쓴 위의 시를 비교해 보면, 시의 내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시가 주는 느낌은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시의 후반부에서 가마귀와 시냇물이 화자의 심정과는 반대로 떠나는 길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 그래서 화자는 한편으로 마음이 바쁘고 다른 한편으로는 미련이 남는다는 것 등에 대한 실감이 원작에 비해 덜 느껴진다는 것이다. 원작의 경우 3연과 4연에서 두 연 분량을 한 연으로 만듦으로써, 읽는 이로 하여금 호흡이 빨라지고 읽는 속도가 빨라져서 재촉받는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만약 고쳐 쓴 것과 같은 율격을 사용한다면, 이러한 의미 구조는 약화되고 화자가 느끼는 심리적 긴장감은 이완될 것이다.

 

(3) 이 시에서 가장 리듬감을 잘 살려 표현한 연을 찾아보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설명해 보자.

→ 이 시에서 유난히 리듬감 있게 읽히는 곳은 마지막 연이다. 모든 연이 세 마디 가락을 중심으로 운율을 형성하고 있지만, 마지막 연에서는 주로 울림소리를 사용하여 운율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마지막 연을 소리내어 낭송해 보면, 강물이 부드럽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울림소리 중에서도 'ㄹ'음운을 유난히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연은 화자에게 어서 가자고 재촉하는 강물의 흐름을 제시한 구절이다. 이러한 강물의 흐름은 운율에 의해 뒷받침되면서 실제로 강물이 흘러가는 듯한 인상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3. '시는 마음의 그림'이라는 말과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를 내면 풍경을 그린 것과 외면 풍경을 그린 것으로 나누어 보자.

→ 이 시는 기 · 승 · 전 · 결의 전통적인 4단 구성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내면 풍경을 그린 1, 2연과 외면 풍경을 묘사한 3, 4연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에서는 임과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는 심정이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3, 4연에서는 이별의 안타까운 심정을 직접적으로 서술하는 대신, 화자의 망설임이 '가마귀'와 '강물'이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해 진다고 지저귀는 '가마귀'와 어서 따라 오라고 재촉하는 '강물'은 미련 때문에 머뭇거리는 화자의 안타까운 처지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읽는 이에게 이별의 애상감을 고취시키고 있다.

 

(2) 내면 풍경을 그린 부분과 외면의 풍경을 그린 부분을 구분하여 낭송해 보고, 어떤 호흡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지 말해 보자.

→ 시적 화자의 내면 풍경을 그린 1, 2연은 음보 단위로 행을 구분하여 느린 호흡으로 읽힌다. 그러나 외면 풍경을 묘사한 3, 4연은 두 연 분량을 한 연의 형태로 배치함으로써 빠른 호흡으로 읽도록 하였다. 특히 4연의 3, 4행은 빠른 속도로 읽도록 음보를 배치하여 실제로 강물이 흘러가며 재촉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러한 율격의 배치는 시의 의미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마귀'와 '강물'은 화자의 행동을 재촉하는 자연물로서, 임을 떠나기 싫어 망설이는 화자의 안타까운 심정과 갈등을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러한 운율의 구성이 1, 2연의 느리고 망설이는 느낌과 대조되면서, 아쉽고 떠나기 힘든 내면과 떠나야만 하는 상황 사이의 거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