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시인 이해인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8. 1. 13:20


● Img From: hani.co.kr/변산 바람 꽃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 시인 이해인


눈을 감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람.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
 
아침 햇살로
고운 빛 영그는 풀잎의 애무로
신음하는 숲의 향연은 비참한 절규로

수액이 얼어
나뭇잎이 제 등을 할퀴는 것도 알아보지 못한 채
태양이 두려워
마른 나뭇가지 붙들고 메말라 갑니다.
 
하루종일 노닐 던 새들도
둥지로 되돌아 갈 때는 안부를 궁금해 하는데

가슴에 품고 있던 사람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은 날 있겠습니까.
 
삶의 숨결이 그대 목소리로 젖어 올 때면
목덜미 여미고 지나가는 바람의 뒷모습으로도 비를 맞으며
나 그대 사랑할 수 있슴이니.
 
그대 침묵으로 바람이 되어도
바람이 하는 말은
가슴으로 들을 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