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시인 박목월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6. 7. 8. 17:55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시인 박목월


2월에서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