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거울 / 시인 이상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2. 7. 24. 12:19
 

 

거울  /  시인 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 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요.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딱한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속의 나는 왼손잡이요.
내악수를  받을줄  모르는 ---

악수를 모르는  왼손 잡이요.

 

거울 때문에 거울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 마는

거울이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속의 나를
만나보기만 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속에는
늘 거울속의 내가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에 골몰할게요.

거울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 <카톨릭청년> (1933) =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초현실주의적, 자의식적, 냉소적, 관념적
 
■ 표현
 
* 역설적 표현
* 자동기술법(마치 정신병자가 무의식적으로 지껄이는 상태를
자기 자신에게 응용,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지껄이는 독백이나
입에 오른 사고를 비판이나 수정없이 그대로 기술하는 방법)
 
* 띄어쓰기나 시의 율격을 무시.
(기존의 문법 질서를 파괴하려는 반이성주의의 소산으로
극단적인 다다이즘의 영향으로 볼 수 있음)
* 각 연 2행의 대립 구조 → 현실적 자아와 본질적
자이 사이의 대립과 분열에 상응하는 구조
* 냉소적이고 자조적 어조
 
■ 중요 시구
   * 1연 → 거울 속의 세계는 소리가 없는 참 조용한 세계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단절된 세계)
   * 2연 → 내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딱한 귀를 가진 거울 속의 나.
(자아 분열의 시작, 의사소통의 불가능)
   * 3연 → 내 악수를 받을 줄 모르는 왼손잡이인 거울 속의 나.
(화해의 불가능, 단절의 심화)
 
   * 4연 → 거울의 이중성(역기능과 순기능, 단절과 만남),
거울을 통해 자아를 인식함.
   * 5연 → 거울이 없어도 거울 속의 나는 존재함.
(자아의 분열을 객관적으로 인식함)
외로된 사업(현실적 자아와의 대립 및 불화를 가져올 만한 일)
에 골몰하는 거울 속의 나.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가 대립하고 있는
구체적 모습으로, 자아분열의 극한을 보여줌)

   * 6연 → 거울 안팎의 나가 지니는 유사성과 상반된 모습 제시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할 수 없어 섭섭해 함
(현실적 자아의 고뇌와 갈등)
 
■ '거울'의 이미지
 거울 → 자의식 분열의 매개체. 자아 투영과 자아성찰 및
현실 인식의 매개체. 이 시의 모티브.
이 시에서 거울의 이미지는 대칭 구조를 보이고 있다.

거울 속의 '나'와 거울 밖의 '나'가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의미와 그 둘을 단절시키는 부정적인 의미를
다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상 대칭을 보여준다.
또한 1연과 6연에서 거울로 인한 단절을 보여 줌으로써
'거울'의 의미가 구조적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 주제 : 자아 분열의 고통과 자의식의 심화(근대인의 비극, 불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