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구름 하청 / 시인 최연수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8. 10. 5. 11:00





 
구름 하청 / 시인 최연수


그때와 지금을 오가는 날짜가
실통에서 실통으로 풀린다

오래된 밑단을 뜯어야하는 내가 오후를 재는 동안
시접을 늘릴 일 없다던 먼 네가 안경을 고쳐 쓴다

흐린 날들을 꿰매면 먹구름이 되고
후드득 쏟아진 바늘에 유행의 지형이 바뀐다
몰려든 하청이 특수를 향하면
추억의 앞뒤를 맞추어 한곳에 모아놓는 단추 같은 눈동자들

위아래 붙은 원피스의 계절은
불룩한 잡념이 없는 저녁을 배접하고
생각의 스위치를 올려도 너를 걸쳐 입는 공기들
잠깐의 실수가 손가락에 동백을 꽃피운다

의자에 앉은 시간들이 의자로 건네지고
봄과 봄을 이어붙이면 한 벌 우리가 될까
팔짱꼈던 민소매를 수없이 돌려 박고난 뒤에도
여전히 뜨거워
다음 원단은 여름을 건너뛴 두툼한 계절이다

한여름에도 추운 수백 벌 너를 털어 포장하고 나면
손에 쥐는 건 마진 같은 시원섭섭함이다


사 족

하청이라는 말에는 
부지런함과 땀이라는 말이 
들어있습니다.

계절보다 먼저 짓는 유행들.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짓는 
먼저 가는 계절의 지대입니다.

특수를 향하는 오늘, 
후드득 바늘 같은 비소식이 있다고 해도
모두 즐거운 소식 만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