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 원로 시인 류시화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8. 9. 22. 17:19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원로 시인 류시화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1996)-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낭만적, 고백적

◆ 표현 : 대상에 빗대어 시적 화자의 소망을 표현함.

              간절한 열망을 차분한 어조로 노래함.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비목 → 당나라 시인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로, 눈이 하나밖에 없어서 양쪽으로 두 마리가 붙어야 헤엄치는 전설의 물고기이다. 서로 만나야만 완전한 존재가 되는 존재를 상징함.

    *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 붙어 다녔다는 → 시상의 모티프

    *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 이기적이고 불완전한 우리의 사랑

    * 혼자 있으면 /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버리는 → 사랑하는 대상과 늘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표현됨.

    *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 진정한 사랑의 본질

 

◆ 제재 : 외눈박이 물고기 → 인간을 비유한 말로, 서로 만나야만 완전해지는 '불완전한 존재'를 상징함.

 주제 : 온전하고 진정한 사랑에 대한 간절한 기원

[시상의 흐름(짜임)]

◆ 1∼2연 :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

◆ 3∼4연 : 지난 사랑의 반성과 진정한 사랑의 열망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인간의 불완전하고 이기적인 사랑에 대한 반성과 염증을 바탕에 깔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면 화자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적 화자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같은 사랑을 꿈꾸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를 이해하는 데는 외눈박이 물고기에 대한 정보가 꼭 필요하다. 우선 시적 화자는 1연에서 외눈박이 물고기인 비목을 가리켜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다녔다고 말하고 있다. 즉, '비목'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인 것이다. 혼자서는 온전히 존재할 수 없는 비목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항상 둘이서 붙어다녀야만 하는 것이라면 목숨을 바쳐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적 화자가 소망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는 2연에서의 고백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시적 화자의 고백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동반하고 있어 더욱 비장하게 들린다. 인간이 혼자일 때 고독을 느끼는 것도 또 다른 불완전한 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의 근원적인 소외와 불안, 고독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은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과 같은 사랑이 될 것이다. 결국 시적 화자가 소망하는 사랑은 곧 고독한 인간 모두의 삶의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화자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일회성을 지닌 사랑이 전설의 물고기 비목의 사랑처럼 완전한 사랑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이 시에 나오는 외눈박이 물고기(비목어)는 눈이 한쪽으로 몰린 가자미의 일종이다. 중국 전설에는 눈이 하나밖에 없어 양쪽으로 두 마리가 붙어야 헤엄칠 수 있는 물고기가 나온다. 이 시에서는 전설상의 물고기를 시상의 모티프로 삼은 듯하다. 전설에서 외눈박이 물고기는 불완전한 존재다. 따라서 둘이 하나가 되어야만 온전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으며, 생존하기 위해 서로가 존재해야 한다. 즉, 사랑이 삶의 본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서로의 결점을 채워주며 완전함을 지향해 나가야 한다. 자신의 전 존재를 걸고 목숨을 바쳐 사랑해야 하는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외눈박이 물고기의 전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유추하여 자신의 소망으로 제시하고 있다. 시인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외눈박이 물고기와 마찬가지로, 우리 인간 역시 홀로 살아갈 수 없는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