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오월의 편지 / 시인 정기모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2. 6. 22. 22:38

 

 

오월의 편지 / 시인 정기모

라일락 향기 훔치는
바람의 그림자 따라
느티나무 잎들이 일어나
소소, 라일락 뿌리를 흔들고
야윈 이마에 꽃잎 찍던 날들이
하얗게 지는 목련의 기억 너머로
아득히 지는 봄날입니다

몇 번을 달가닥거리며
여닫는 잉크병 속에
기억의 파편들이 파랗게 흐르고
당신의 세상 밖으로 멀어진
아름답던 생들이
조팝나무 꽃처럼 하얗게
너무도 하얗게 일어섭니다

싱그럽게 열리는 오월
눈물겹지 않을 것이 없지만
꽃 진자리마다 새로운 언어로
받지 못할 편지를 씁니다
겨운 가슴으로 봄밤을 가로질러
새벽이 들어서는 소리 들릴 때까지
빛나는 아침 햇살보다 더
보드라운 편지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