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저녁 무렵 / 도종환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6. 7. 21. 13:46


 

저녁 무렵 / 도종환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이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 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