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모닥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 시인 정유찬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6. 7. 21. 13:19


 

모닥불을 바라보는 사람들  / 시인 정유찬


노랗고 붉은 속살을 보이며 
타닥타닥 제 목소리를 내는 모닥불
주변에 검게 퍼진 어둠을 지우고 
불가에 모인 얼굴을 하나둘 비춰요

숨기고픈 진실을 저마다 품고 있기에
밝은 곳에서 마주하기 쑥스러운 눈길이
온화하고 부드러운 불꽃으로 서로에게 닿으면
아늑하고 편안하게 피어나는 미소가
점점 더 마음속으로 다가오네요

사랑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불꽃은
슬픔과 분노와 미움을 태우는 지혜
사소하고 의미 없는 잡념을 연소하는 명상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불사르는 열정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마주 보는 용기를 말하고

가슴에서 진심을 끌어내는 밤이 새벽으로 갈수록
모닥불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서로를 비춰보고 더 깊은 자신을 알아가며
어제와는 달라진 눈빛으로 맞이하는
새파란 여명을 향해 몸을 일으킵니다

우리가 가진 
서로에 대한 작은 믿음으로도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겁 없는 희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