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봄이 올 때면 / 시인 강희창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4. 7. 23:51

 
 
 
봄이 올 때면 / 시인 강희창
   
봄이 올 때면 그랬지
모두가 같은 주파수에 안테나를 뽑아
노루귀를 한 채 미동에도 눈을 껌벅이지
알아들을 수 있어, 나직한 바람소리조차
강은 산 가까이 산은 하늘 가까이 귀를 빌려주고
일찍 깨어난 숲이 후우 불어낸 입김 속에는
살짝 붓을 댄 듯 연초록 수런거림이 들려

봄이 올 때면 그랬지
일제히 내 몸의 촉수들 들고 일어나
가슴속 우체통을 열어놓고 기다렸어
한 때 내 몸을 사용했던 열락의 귀환 소식을
벙글어 오르는 망울들 쓰다듬어 달래야 해
그쯤에서 얼었던 마음 밭에 쟁기를 대야 해
한동안 만지작거렸던 꿈 씨앗들 끄집어 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