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나도 사랑을 해 봤을까 / 시인 양전형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11. 17. 17:20

Img From: imaeil.com/ 대상 김광석 작.--

 

나도 사랑을 해 봤을까  / 시인 양전형

 

나도 사랑을 해 봤을까
누군가 지평선에 내 꽃길 드리웠을까
활짝 핀 마음이 눈으로 들어서고
엇장단 리듬처럼 쿵쾅대는 내 심장소리와
기척 없는 천리향이 지천에 가득했을까
생각으로 제 몸 곱게 씻은 별처럼
외길로 접어든 내 생각도 나를 씻어
어둠 속에서 내가 반짝였을까

달무리에 안긴 보름달처럼
황홀한 표정이 내 눈가를 스쳤을까
더 오를 곳 없는 영마루에서
거침없이 더 오르고픈 헛발질같이
사랑은 법전 없는 눈 먼 무질서인데
시나브로 내 안에 갇혀 못 나간 사람
내가 쫓아내지 못한 사람, 있었을까

예고 없는 한낮의 소나기처럼
가득 드리워진 바람꽃 뚫고 나와
후드드득 미치도록 들길을 달렸을까
단풍잎에 찬서리 내리고
나이든 침묵이 바위처럼 깔린 늦가을 새벽
내 안에 사는 청년 하나가 묻는다
나도 사랑을 해 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