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생은 과일처럼 읽는다 / 시인 이기철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11. 17. 17:09

 

생은 과일처럼 읽는다  / 시인 이기철

 

창문은 누가 두드리는가, 과일 익는 저녁이여
향기는 둥치 안에 숨었다가 조금씩 우리의 코에 스민다
맨발로 밟으면 풀잎은 음악 소리를 낸다


 

사람 아니면 누구에게 그립다는 말을 전할까
불빛으로 남은 이름이 내 생의 핏줄이다
하루를 태우고 남은 빛이 별이 될 때
어둡지 않으려고 마음과 집들은 함께 모여 있다


어느 별에 살다가 내게로 온 생이여
내 생은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구나
나무가 팔을 벋어 다른 나무를 껴안는다
사람은 마음을 벋어 타인을 껴안는다

 

어느 가슴이 그립다는 말을 발명했을까
공중에도 푸른 하루가 살듯이
내 시에는 사람의 이름이 살고 있다


붉은 옷 한 벌 해지면 떠나갈 꽃들처럼
그렇게는 내게 온 생을 떠나보낼 수 없다

 

귀빈이여, 생이라는 새 이파리여
네가 있어 삶은 과일처럼 익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