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가을 앞에서 / 시인 이룻 이정님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11. 12. 21:27

Img From: ohmynews.com

 

가을 앞에서 / 시인 이룻  이정님

 
네 옷에 붙은 검불을 털어줄 때
손끝에 묻어난 향기로
가을은 영글고

문신 툭툭 갈라진 상처 위에는
바람 몇 점 엎드려 있었지

멀리 가던 벌 나비들의 촉수가
가까스로 지난날을 더듬으면
한 폭의 구도 속으로
늦게 도착한 햇살이 찢어진다.

자꾸만 우겨 넣는 오후의
손가락 끝 마디 마디

결코 슬퍼서는 안 되는 너와
반드시 슬퍼야 하는 나는
마주 피었다 함께 시들어도 좋을
들꽃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