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상징적, 추모적, 회상적, 남성적, 확신적
◆ 표현
* 동일한 통사 구문의 규칙적 반복(없어도 ∼ ㄹ지어이)으로 율격이 형성됨.
* 3 · 4연에서는 규칙을 파괴하여 운율과 의미에 활력소 제공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화사한 그의 꽃 → 그의 '영혼'을 시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
* ㄹ지어이 → 평서형 종결어미(당위 + 감탄 + 소망 + 확신)
* 맑은 숨결 → 그의 '영혼'을 청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것.
* 행인 → '그'에 대해 그리움을 지닌 존재
시인 자신이면서 3인칭화한 시적 자아일 수도 있음
어두운 시대에 먼저 가신 민중들의 얼을 찾아 헤매는 '탐구자'의 모습
* 쓸쓸한 마음 → 지금은 찾을 수 없는 그리운 사람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어둡고 무거운 마음
* 눈길 비었거든 → 그리운 그의 모습을 찾을 길 없는 정신적 공허감.
* 4연
→ '그'가 없는 어려운 시대에 '그'의 뜻을 계승·회복하자는 의미
찾는 눈길에 그리운 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거든 산과 들의 바람이라도 담을 일이고,
바람조차 없다면 생전에 나누었던 인정이라도 마음에 담을 일이다.
* 울고 간 그의 영혼 → 그리운 그의 정체가 드러난 표현
억울하고 선량하게 살다 시대적 비극으로 죽은 이름없는 민중
◆ 주제 ⇒ 그리운 그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
그리운 이의 부활에 대한 소망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그'의 부활에 대한 확신
◆ 2연 : '그'의 숨결을 느낌
◆ 3연 : '그'의 자취를 찾아 헤매는 행인의 모습
◆ 4연 : 따뜻한 인정 회복
◆ 5연 : '그'의 영혼의 부활에 대한 확신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신동엽의 시비(詩碑)에 새겨진 이 시는 그의 문학 정신이 잘 승화된 서정시이다.
개인적인 자아보다는 항상 [우리]라는 민족문학적인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시의 내용을 훨씬 더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으리라.
이 시는 이 땅에서 한스럽고 선량하게 살다가, 죽어서도 이 땅의 산야에 감도는
'그리운 그'(민중)의 넋들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했다.
시가 쓰여진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보아 4.19 혁명의 영령을 기린 시라고 할 때,
'꽃', '바람' 등의 시어는 "고매한 신념과 이상을 가지고,
소리 높여 외치다 죽어간 그리운 그의 환생된 모습" 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행인은 그를 생각하며 쓸쓸한 마음으로 눈 덮인 들길을 걷고 있다.
역사의 '봄'을 위해 한 젊은이가 죽고 난 지금은 '겨울'.
'그리운 그'의 얼굴과 노래와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세상이 텅 빈 듯한 공허함이 '비었거든'이라는 말 속에 함축되어 있다.
그러나 화자는 이러한 공허감에 그대로 침몰하지 않는다.
무엇이든 그 공허를 채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공허를
메울 수 있는 것이 '인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 얼어붙은 삭막한 계절을 녹일 수 있는 것이 '인정' 말고 달리 무엇이 있을 수 있겠는가.
서로 다독이며 견딜 일이다.
그리운 그의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없어도 그의 얼굴을 닮은 꽃과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노래를 산에 언덕에 다시 살려내는 일은
남아 있는 자들의 몫일 테니까
그래서 이 시 속에는 이러한 절규가 흐르고 있는 듯하다.
" 오랜 세월 이 땅을 지키고 살다 간 이름도 없고 삶의 기록도 찾을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의 넋은 이 땅의 산에 언덕에 정녕 다시 부활하여 피어나라.
억울하고 설움 속에 살다간 영혼들이여,
당신들의 노래와 영혼(정신)은 마땅히 부활하여 피어나야 할 것이다."
또한 자연적인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의 조화를 시도하는 신동엽의 상상력은
궁극적으로 불합리한 사회 구조 속에서 인간의 원초적 생명과
민족의 순수성에 밑바탕을 두고 있다.
이 자연을 포용하는 대지의 이미지는 인간이 가장 순수하게
뿌리내리고 이념의 갈등이나
현실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생명력의 공간으로
'산'·'언덕'·'숲'·'눈'·'바람' 등의 자연 현상으로 표상되고 있다.
즉, '산'은 수직적 상승 지향성으로 고통과 혼돈의 현실 세계를
초극하는 신성한 공간이며,
'들'과 '숲'은 푸르른 생명력을, '바람'은 붙잡을 수 없는 무형의 형체로
시공을 초월하는 정신적 영혼을 나타내는 한편,
'눈'은 순결이나 숭고함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대지의 이미지는 '그'의 영혼과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