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 시인 이상
문(門)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生活)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졸른다.
나는 우리집 내 문패(門牌) 앞에서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나는 밤속에 들어서서 제웅처럼
자꾸만 감(減)해간다.
식구(食口)야 봉(封)한 창호(窓戶) 어데라도
한구석 터놓아다고 내가 수입(收入)되어 들어가야하지 않나.
지붕에 서리가 내리고 뾰족한데는
침(鍼)처럼 월광(月光)이 묻었다.
우리집이 앓나보다 그러고 누가
힘에겨운 도장을 찍나보다.
수명(壽命)을 헐어서 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 그냥 문(門)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달렸다. 문(門)을 열려고 안열리는문(門)을 열려고.
= <카톨릭청년>(1936) =
|
[시상의 전개 방식(구성)]
띄어쓰기까지 무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작가의 의도적 배려로서 문장에 대한 전통적 기법이나 의식,
심지어는 인생에 대한 상식적인 질서까지도
거부하는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詩 隨筆 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 시인 신경림 (0) | 2012.07.24 |
---|---|
우리 사랑이 아름답도록 / 시인 이효녕 (0) | 2012.07.24 |
가을의 기도 / 시인 김현승 (0) | 2012.07.20 |
가을에 / 시인 정한모 (0) | 2012.07.20 |
나무 / 시인 인곡 임월묵 (0) | 2012.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