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기억에 없다 / 시인/돌샘 이길옥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2. 6. 25. 15:54

 

 

 

이미지출처:donga.com

 

기억에 없다 / 시인 돌샘 이길옥

언제부턴가
뇌의 한쪽을 파고든 망각의 세포가
자기 영역을 확보하고
야금야금 기억의 중심부를 공략한다.

내가 얼큰하게 달아오를 때면
어김없이 기어 나와
야망의 촉수를 세우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잠깐 헛생각에 빠지는 순간
덜컥 기억을 통째로 삼키고
나 몰라라 등을 돌리고 만다.

제정신이 돌아와도
기억을 해치운 망각의 두둑한 배짱이
배를 째란다.

다시는 취하지 않으리란 후회 뒤에서
헤헤 웃는 얄미운 망각을 후려치다가
삼 일을 더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물컹한 각오가
술에 풀리는 순간
번쩍 눈빛 번개에 감전되는 기억

망각의 세포가 살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