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숲길에 서면 / 시인 민병련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5. 6. 17:03

 

 숲길에 서면  / 시인 민병련

 

숲길에 서면
말을 잃어버린 나무가 될까.

지저귀는 나무가 될까.


홀로히 서 있어도
칭얼대지 않는 아기가 될까.

 

임이 보이지 않아도
바람의 옷깃에 얼굴을 파묻을 수 있을까.

 

바람의 옷깃에 눈물방울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을까.

 

나뭇잎이 파래서 슬프구나.
나뭇잎이 말을 못해서 슬프구나.

 

숲에 서면
나무가 되는 방법을 배워야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