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가을 그날이 오면 / 시인 청계 정헌영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10. 4. 15:37

 

가을 그날이  오면  / 시인 청계 정헌영

가을이 오면
유난히 가을을 좋아하는 그녀와 함께
파란 이파리 하나 둘 빨갛게 물들어가고
밤나무 밑 떨어진 알밤 줍는 다람쥐 보며
억새 사잇길로 오붓이 걸어보고 싶다

가을이 오면
여름날 지친 마음 말끔히 씻어내고
메타세쿼이아 시원한 가로수 밑을
정겹게 걸으며 사랑노래 부르고 싶다

가을이오면
미완의 내 인생길에도
빨갛게 익어가는 능금처럼
살찐 가을 성숙한 계절의 웃음꽃을 피우고 싶다

가을이 오면
때로는 하얀 화선지에 아름다운 단풍 그려
바로 뒤따라오는 하얀 겨울에
길게 가을을 펼쳐놓고 싶다

그때 그 가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