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가을인 게여 2 / 시인 유승희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9. 26. 23:09

 

 

 가을인 게여  2  /  시인 유승희

 

한 낮은 여전히 자글자글 끓는 땡볕이지만
조석으로 선들바람 불고
새벽녘 선뜻한 바람이 느껴져
이불자락 끌어당기면
가을인 게여

 

푸르던 잎
한 잎 두 잎
노르스름 불그스름 물들어 가면
가을인 게여

꽁지 빨간 고추잠자리
너렁청한 하늘바다 제 세상 만난 듯
유유히 휘젖고 다니면  
가을인 게여

 

길섶에 졸라라니 핀 코스모스
은은한 향기 뿜으며
산들바람 결에 가녀린 몸 한들한들 춤추면
가을인 게여

 

짧은 사랑을 애절히 울어대는
매미소리 멀어져가고
댓돌에 숨어 틈새사랑을 노래하는
귀뚜리소리 깊어져 가면
가을인 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