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초가을 서정 / 시인 유승희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9. 7.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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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서정 / 시인 유승희
불꽃같은 사랑으로
짧은 사랑을 쓰르쓰르 울어 예던
쓰르라미도 서서히 임종을 준비하고
귀뚤귀뚤 귀뚜라미
맞이하는 계절의 서막을 알리며 
초가을 밤의 정적을 깨운다
토실토실 여물어가는 알곡은
쏟아지는 햇살에 연신 비비적대며
누런 황금 바다물결을 이루고
과수원 마다마다 
한낮의 태양빛에 시위를 당기며
살틀한 농부의 땀방울이 탐스럽게 익어간다
새아씨 볼처럼 수줍은 잇빛 미소 띠고
가을의 길목에 서서 임 기다리는
살살이 꽃(코스모스)
조석으로 부는 사늘쩍한 바람에
바르르 온 몸을 떨고
마치 천지간을 태울 기세로 모르쇠하며 
연일 불볕으로 들끓어
넌덜머리나게 했던 여름은,
진 빠진 모습으로 비쓸비쓸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자릿자릿한 햇살사이로
 새뜻한 가을바람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