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초여름의 안부 / 시인 정기모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3. 7. 1. 23:13

 

 

 

 

 


초여름의 안부 / 시인 정기모

 

아카시아 꽃 마른 등을 밟고 온
바람의 잔기침이 하얗게 번지면
숨어 핀 산딸기의 여름이
열두 폭 치맛자락에 물들고

초승달 나직이 걸리던 돌담 따라
한자식 번 저가던 그 푸른 등에서
넝쿨장미보다 더 붉은 노랫소리 들립니다

여름의 기별이 가지런히 내려앉으면
하얗게 자지러지던 오월의 향기는
산마루 언덕에 고이 누워 잠들고

여우비 살짝 다녀가면
풋사랑의 수줍은 안부 몇 마디는
새벽 고요를 배고 마루 끝에 머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