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가을이 깊어갑니다 / 시인 이혜정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2. 10. 4. 16:37

 이미지출처: hani.co.kr/

 

 

가을이 깊어갑니다 / 시인 이혜정

누군가를 아는 것이 두려움이었습니다
시퍼렇게 멍든 언어가 창가 웃음으로 찾아들고


움푹 팬 마음의 근심이 햇살로 찾아들어
그리움 하나 간직한 영혼이 되었을 때
나 누군가 알아가는 것이 
나 누군가 그리워하는 것이 두려움이었습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내 안에 헐벗은 심장이
누군가란 이름 붙여진 그 숲에 서성입니다

먼발치
무지개처럼 아른거리는 그림자의 흔들림
뛰는 맥박처럼 성큼성큼 찾아든 계절 앞에


혹여
그대의 마음 가을이란 풍경에 풀어놓았을까
나 그대를 알아가는 것이

이 가을
저토록 곱게 물드는 단풍의 통증 같습니다
그런 가을이 깊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