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꽃 - 다산 정약용(1762-1836) 綠漪吹緊夕陽風 熠熠寒花隱草中 莫怪村童拈蟋蟀 指揮原有釣魚翁 초록 물결 저물녁 바람에 일렁이고 환한 국화꽃은 풀 덤불에 숨어있네. 귀뚜라미 잡는 촌아이들 괴이타 하지말라 낚시하는 늙은이가 시켜 하는 일이라네. 저물녘 스산한 바람에 방죽의 푸른 수면이 바짝 긴장한다. 바람이 풀더미를 헤집을 때마다 볕을 받은 들국화가 반짝반짝 빛난다. 꼬맹이들은 귀뚜라미를 잡겠다고 풀섶을 헤맨다. 제가 무얼 안다고 저 애끊는 소리를 못 울게 할려구? 그게 아니라 물가에 낚싯대를 드리운 할아버지가 고기 낚을 미끼로 쓰려는 심산이다. 가을 해가 뉘엿한 으스름, 물위를 한번씩 훑는 바람의 그림자. 보석처럼 반짝이다 금세 묻히는 찬 꽃. 곧 어둠이 내리고 이슬이 돋겠지. 할아버지 따라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