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간(肝) / 시인 윤동주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2. 7. 14. 16:00

 

 

이미지출처: donga.com ==

 

 간(肝) / 시인 윤동주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우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려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1941. 11. 29.)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
 

 

 

 
해               설
 
[ 개관정리 ]
 
■ 성격 : 우의적, 의지적, 상징적, 저항적
■ 표현 : 동서양의 설화와 신화의 차용 및 접목
두 자아의 대비를 통해 정신적 순격성을 강조함.
화자와 동일시되는 두 대상(토끼-항거의식, 프로메테우스-속죄양 의식)을 등장시킴.
 
■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간 → 인간의 생명(목숨), 자아의 양심과 존엄성 상징
* 습한 간 → 이미 용궁에 갔다 온 상태의 간
유혹에 빠져서 위기에 처했다가 간신히 벗어난 상태의 간
* 습한 간을 말리우자 → 인간 본연의 양심과 존엄성을 회복하고 수호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행위.

* 간을 지키자. → 양심을 지키려는 시적 화자의 자아 성찰
* 토끼 → 궁지에 몰려서도 슬기롭게 자신의 간(양심)을 지킨 존재
식민지 시대를 살면서도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을 지키고자 했던 화자와 동일시되고 있음.
* 독수리(너) → 화자와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는 대상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 자아를 반성케 하는,
비극적 자아성찰의 표상으로 또 다른 자아 즉, 내면적(정신적) 자아를 가리킴.

 * 여윈 독수리 → 정신적 자아가 궁핍하고 피폐한 상태에 있음을 표현함.
* 와서 뜯어 먹어라 → 육체적 희생을 치루고라도 정신을 살찌우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
*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 자신의 육체를 희생시키더라도 정신의 올바름을 지키고자 함.
* 용궁 → 자아가 경계해야 할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
* 용궁의 유혹 → 현실 타협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삶의 태도

* 프로메테우스 → 죄 아닌 죄를 짓고서 속죄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존재
 * 맷돌 → 속죄(대신 짊어진 죄)
* 끝없이 침전하는 → 고통을 숙명적으로 인내해야 하는 존재임을 나타냄. 
 
■ 토끼의 '간'과 프로메테우스의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

 ⇒ 공통점 : 생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주요 기관처럼,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
차이점 : 토끼의 '간'은 현실의 유혹에 넘어간 적이 있는 불완전한 존재의 표상인 반면,
프로메테우스의 '간'은 철저한 자기 희생의 의지와 자아 단련의 인고가 결합된 존재를 표상한다.
 
■ 주제 : 현실적 고난 극복의 의지, 희생적이고 양심적인 삶의 회복 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