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유월의 언덕 - 시인 노천명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6. 6. 16. 11:14

 





유월의 언덕  -  시인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하지 않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