胡蝶夢
'보스포러스'해협 새벽안개가 자욱하다 안개너머 천국으로 가는 계단이 희미하게 보인다 몸으로 감겨오는 나른함이 달콤하다
짜릿한 쾌감이 실핏줄을 타고 부유한다
재규어 운전석의 검은 남자가 저격을 마치고 나를 향한 팔을거두어 역방향으로 차를돌려 질주한다
감각기관이 모두 마비된채 심장이 마지막 발작을 한다
나비들이 무수히 날아 오른다 노란 나비들의 향연..
몸이 나비처럼 천천히 가벼워진다 나비처럼 날다 의식을 잃는다...
그가 살해되는 시각에 나는 캔버스 앞에 앉아있다 어떤 구도로 어떤 색들을 어느 질감으로 채워야할지 고민하다
50호짜리 캔버스에 무수한 점을 찍는다
이스탄불 탁심광장 주변의 고상한 저택들을
캔버스에 세우고싶다 터키블루의 하늘을 만들고 보스포러스 해협의
색깔을 빌려오고 싶다
블루모스크의 양탄자에 앉아 물담배를 피우고있을 자객의 자태가 지중해 해변처럼 한가롭다 풍경이 마치 팔레트에 엉겨굳은 36색의 질감같다
총탄이 이마를 뚫고 지나가는 순간 감각기관도 마비됐다
욕망의 세월은 한마리의 나비처럼
슬픔의 원더랜드로 날아갔다
뉴욕의 가을은 환상적이다 뉴욕 메이저 화랑의 초대전을 준비하는 여름내내 무더위와 함께 긴장의 한기를 느껴야 한다
명성, 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을 가을은 꿈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울 것이다 죽은者는 꿈속의 나비가되어 날아가고 남은者는 나비의 꿈속에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엽서가 왔다
할렘가 도망자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져있다 그래도 애타게 그리워하는 연인의 말투처럼
단내가 진하게 묻어있다
곧 귀국할꺼야...
마치 한 세기전 사람인듯 뿌연 베일에 가려져있는 남자는 여전히 살아있다
죽은후에 도착한 나비날개에는 여전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체취가 배어있었다...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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