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사랑 그리고 뒷얘기 / 시인 이룻 이정님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5. 13. 03:44

 

사랑 그리고 뒷얘기 / 시인 이룻 이정님

 

며칠은 가슴이 거북했지만
미루나무 이파리가 흔들리면서
가슴도 풀리고
결국 사랑하지 않기로 맘먹은 대로
그도 나를 잊고
나도 그를 잊고
강물은 여전히 조용하게 흘렀다
 

우리가 굳게 믿었던 것들은
눈물이었고
강물이었고
이파리였을 뿐
인생은 믿을 것이 못되어라
 

너무 오래 사용한 탓으로
꺾인 무릎 뼈가 서걱대듯
그렇게 서걱대고
이렇게 펼치려다가
저렇게 펼쳐버리는 아트지에 그린
서툰 초벌구이 같았지

 

내년 봄에는 새 두릅을 심어야지
가시가 다문다문하고
가지 끝에 봄春자만 붙여주면
파랗고 탐스런 싹이 올라
풍경이 되기도 하고
입맛이 되기도 하는.

 

풋 계절을 만지며
누군가 우리들 곁을 떠나고
지금도 우리 곁을 떠나려 하고

아니.
아니.
우리도 떠날 준비가 거의 된 세월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