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봄 / 시인 유승희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3. 3. 23:58

 

 

 
봄 / 시인 유승희
아지랑이 허겁지겁 서둘러 오는 산모롱이
노리끼리 햇살도 덩달아 동동 거리고
바람은 한결 온화하다
겨우내 꽁꽁 숨어 있던 생명체들은
꼬물꼬물 달싹달싹 고개를 쳐들고
칙칙했던 나무들은 언 땅 물을 어렵사리 길어 올려
싹 틔울 채비를 서두른다
밍기적거리며 앙탈을 부리는 겨울 끝자락
마뜩잖은 바람할미 잔뜩 째푸리고
심통을 부릴지언정
그래봤자 머잖아 앞다퉈 곱디고은
옷으로 치장을 하리라
말간 하늘과 순한 바람 벗 삼아  
허한 가지 끝에 머물던 새들도
유난히 재재불 거리는,
이 봄은 왠지 
어쩌면 이 봄은
모두의 가슴 가슴마다 벼르고 별렀던 희망이
기지개를 펴는 봄이 될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