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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일이구 우두불출(點一二口 牛頭不出)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20. 5. 12. 12:46


 
                                            
 
  
점일이구 우두불출(點一二口 牛頭不出)
 

조선 시대 중종~명종 때에 당대 최고의 기생이자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미인이었던

황진이의 "점일이구 우두불출(點一二口 牛頭不出)"에 대한 일화입니다.
  


조선 시대 중종~명종 때에 개성에는 가무와 시화에 능한 

절세가인인 기생 황진이가 살고 있었다.
예전의 기생이 명기가 되려면 미색뿐만 아니라, 

시문과 가무에 아주 능해야 했는데, 

황진이가 바로 그러했다.


황진이에 대한 소문은 팔도의 많은 한량이 모두 

이 기생을 찾아가서 연정을 고백했으나

그때마다 이 기생은 한량의 청을 들어주는 대신 문제를 내고 

그 문제를 푸는 조건을 내세웠다.


그러나 희대의 문장가라는 사람도 기생이 낸 글을 

풀이하지 못하고 허탈하게 돌아 갔다. 


기생은 자신을 사모하는 한량이나 선비를 

모두 이렇게 거절하고,

젠가는 자신의 글을 풀고 사랑을 나눌 님을 기다리며 

평생 기생으로 가무와 글을 익혔다. ​


언뜻 한량이라고 하면 건달쯤으로 알기 쉽지만 예전엔 

한량이라고 하면 사서삼경은 기본이고,  

글체가 좋고 속심이 넓으며 기백이 뛰어나고, 

인물 또한 출중하고 무엇보다 풍류를 알아야 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한량들 어느 누구도 기생의 앞에서

문장과 지혜를 능가할 기량을 가진 한량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루한 중년의 선비가 기생 집에 들었다.

기생집 하인들은 남루한 그를 쫓아 내려고 했다.


이 소란을 목격한 기생 황진이는 선비가 비록 복장이 무척 

남루했지만 범상치 않은 기품을 지녔음을 알고 대청마루로 모시고 

큰 주안상을 봐 올린 후에곧바로 지필묵을 준비하여  

그 선비에게 이렇게 한 줄을 써서 보여주었다.


點一二口 牛頭不出(점일이구 우두불출)
선비는 기생의 글귀를 보고 빙긋이 웃더니, 

황진이의 고운 명주 속치마를 펼치게 한 후에

단필에 일필휘지로 이렇게 썼다.


"許(허)"
순간 황진이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선비에게 큰 절 삼배를 올렸다.   
자고로 ​절 삼배는, 산자에겐 일 배요, 죽은 자에겐 재 배요, 

천신이나 제왕에게는 삼배를 올리거늘,
황진이가 이렇게 세 번 절을 올리는 것은 여인으로서 한 남자에게

첫 정절을 바치는 기방의 법도이었던 것이다.


그 날밤에 선비와 황진이는 마침내 '운우의 정'을 나누며, 

만리 장성을 쌓았다.

그리고 꿈 같은 보름 정도가 지난 후에 그 선비는 황진이에게 한지에 

시 한 수를적어놓고는 홀연히 길을 떠나 버렸다.


물은 고이면 강이 되지 못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꽃은 피지 아니한다.
내가 가는 곳이 집이요
하늘은 이불이며, 목이 마르면 이슬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초목근피가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세상이 어디 있느냐? 


이후 기생은 그를 잊지 못하고 뼈에 사무치도록
그리워하며, 비단 가죽 신발을 만들며 세월을 보냈다.


풍운아인 선비의 발을 편안하게 해 주고 싶은 애틋한 사랑에
손마디가 부풀도록 가죽 신발을 손수 다 지은 기생은 

마침내 가산을 정리하고,

그 선비를 찾아 팔도를 헤매며 다녔다.


정처없이 팔도를 떠돌며 선비의 행방을 

물색하던 중에 어느날

그 선비가 깊은 산 속의 절간에 머물며 

수도를 하고 있다는 풍문을 듣고 찾아가

극적으로 재회를 하게 되었다.


기생은 선비와 꿈같은 재회의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 

다시는 선비를 놓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꿈같은 재회의 첫밤을 보낸 다음날 해가 중천에 떠올라도 

움직일 기색이 없는 선비에게 기생이 물었다.

 "낭군님 해가 중천인데 왜 기침을 하지 않으시온지요?"


그러자 선비는 두눈을 감은 채,

 "이 절간엔 인심이 야박한 중놈들만 살아 

오장 육부가 뒤틀려 그런다"고 했다.


기생은 선비의 말을 즉시 알아들었다.
급히 마을로 단걸음에 내려가 거나한 술상을 차려 

절간으로 부리나케 돌아왔는데,


그 날밤 선비와 정포를 풀었던 선비의 방 앞 툇마루엔 

선비 대신에 지난밤에 고이 바쳤던 

비단 가죽신만 가지련히 놓여 있었다.


수 년을 찾아 해맨 끝에 마침내 재회한 선비가 홀연히 

떠나버린 것을 알고 기생은 망연자실 했지만, 

이내 선비의 고고한 심증을 깨달았다.


선비의 사랑은 소유해도 선비의 몸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깨우친 기생은 선비의 깊고도 높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으로 

스스로 위로하며 평생을 선비를 그리워하며 살았다.


이 기생이 바로 그 유명한 송도삼절의 하나인 

개성 기생 '황진이'이다.


황진이는 미색이 무척 뛰어나고 게다가 시와 서예, 

재주가 특출 했다고 한다.

황진이가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는 조선 성종 때 대유학자요 

철학자인 '서경덕'이다.


황진이를 만났을때 서경덕이 푼 황진이의글 點一二口(점일이구)는 

글자대로 점일이구(點一二口)를 모두 합치면,

말씀 言(언) 자가 되고, 牛頭不出(우두불출)이란 

'소 머리에 뿔이 없다'는 뜻으로

牛(우)에서 머리 (뿔)를 떼어 버리면 午(오)자가 되는 것이다.


이 두 글자를 합치면 허락할 허(許)자이다.
결국, 황진이는 화담 서경덕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뜻을 

이렇게 사행시로 전한 것이다.


이 글자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자신을 송두리 바쳐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한 황진이의 

기발한 사랑 찾기가 참으로 절묘하다.


 -  옮겨 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