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구렁이를 떼놓을 수 없게 된 왕은 마지막으로 불가의 힘을 빌어보기로 했다.
이에 공주는 도처의 명찰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몸에서 구렁이가 떨어져 나가길 기원했다.
어느 날 이 곳 청평사 계곡에 이른 공주는 자신의 처지가 너무 서러워 통곡을 하다가
계곡의 물줄기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때까지 공주의 몸을 감고 있던
구렁이가 스르르 몸을 풀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물에 비친 공주의 모습을 보고 구렁이가 착각한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왕은 부처님 가피에 보답하기 위해 부근에 절을 지었고,
차고 맑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흘러 내려오다 낭떠러지를 이루는 그 곳에는 지금도 물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구렁이 청년의 아홉 가지 슬픈 울음이 들린다 하여 구성폭포(九聲瀑布)라 했다.
전설 속의 왕은 바로 중국 원순제(산동성주라는 설도 있음)이고,
그의 딸 평양공주가 바로 구렁이 청년이 사모했던 공주라 전해진다.
구렁이 청년의 이루지 못한 이 슬픈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은
바로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오봉산 기슭에 자리한 청평사 계곡이다. 기암괴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오봉산(779m)은 옛날에는 경운산으로 불렸으나
다섯 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하여 오봉산으로 불렸다.
그 기슭에 터를 잡은 천년고찰 청평사는 지나온 시간만큼이나 굴곡진 세월을 견뎌 왔다.
고려 광종 24년(973)에 세워져 백암선원이라 불렸지만 얼마 안있어 폐사됐다가
고려 때의 세도가 이자겸의 아들인 이의가 중건해 보현암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의의 아들이고 문종 때 과거에 급제해 문인으로 이름을 떨치던 이자현이 이 곳에
은거했고, 그가 죽은 뒤 절에서 부도를 세워 그의 호를 따 진락공부도라 불렀다.
그 부도는 지금 청평사 입구 안내판 옆에 서 있다.
청평사란 이름은 조선조 명종 5년 보우대사가 지었다. 선종과 교종의 승과를 제정하고
8도의 사찰을 정비하면서 청평사를 새로 단장한 것이다. 그러나 6.25때 절이 모조리
불타 회전문(보물 164호)만 남아 있다가 1970년대들어 전각들을 짓고 회전문을 보수하고
범종각과 요사채를 앉혔다. 현존 건물로는 대웅전을 중심으로 극락보전, 삼성각, 회전문,
서향원, 청평루, 적멸보국, 해탈문, 큰방, 요사채 등이 있다.
보물로 지정된 청평사 회전문은 절에 들어설 때 만나게 되는 두 번째 문인 사천왕문을
대신하는 것으로, 중생들에게 윤회전생을 깨우치려는 의미의 문이다.
규모는 앞면 3칸·옆면 1칸이며, 앞면의 가운데 1칸은 넓게 드나드는 통로이고
양쪽 2칸은 마루가 깔려 있다.
청평사는 소양댐이 생긴 이후 더 유명해졌다. 소양댐에서 배로 15분 걸리는
'섬 속의 절'이다.
선착장에서 뱃길로 4km, 10분 정도 가면 청평사 선착장에 닿는다.
잔잔한 물줄기가 한 폭의 그림을 방불케 하는 소양호를 가로질러 가는 뱃길이
사뭇 낭만적이다.
선착장에서 내려 산길을 따라 20여 분 걸어 올라가면 구성폭포를 지나
청평사에 이른다. 구성폭포는 사철 맑은 물줄기가 계곡을 타고 흘러내려오다 7m
낭떠러지로 떨어지며 폭포를 이룬다. 폭포 아래 소(沼)를 공주탕이라 부르며,
폭포 바로 아래에는 공주가 하룻밤 묵어간 공주굴이 있다.
*맛집
배후령 터널을 통과해 청평사로 진입할 때 관광지 상가 초입에 위치한 고려산장
왕바위(033-243-1188) 식당은 토속음식전문점이다. 산채비빔밥을 비롯해 산더덕백반,
왕닭갈비, 왕막국수, 감자전, 표고버섯, 약초동동주 등을 맛볼 수 있다.
인심 좋은 주인은 주문한 음식말고도 밑반찬으로 푸짐하게 상을 차려 내놓는다.
*가는 요령
청평사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 소양호의 뱃길을 거슬러 가거나 배후령을 넘는
육로코스가 있다. 어린이나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나들이라면 소양호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간단하고 재미있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뱃길로 4km, 10분 정도 가면 청평사 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산길을 따라 20여 분 걸어 올라가면 구성폭포를 지나 청평사에 이른다.
육로를 이용할 경우 지난 3월30일 임시 개통한 국내 최장 터널인 배후령터널을
이용한다. 국도 제46호선에 위치한 배후령터널은 길이 약 5.1km의 터널로, 춘천시
신북읍 발산리와 화천군 간동면 간척리를 잇는다
강촌 3거리 - 팔미 3거리 - 학곡 4거리 - 구봉산
- 감정 3거리 - 46번 국도 - 강변로 - 세월교 - 소양댐 - 선박이용 - 청평사에 이르거나
춘천IC에서 빠져 구봉산 - 감정 3거리 - 46번 국도 - 강변로 - 세월교 - 소양댐 -
선박이용 - 청평사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