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隨筆 等

시를 읽는다 / 시인 박완서

雲山(뭉개구름을 머리에 이고있는 산) 2014. 1. 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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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다  / 시인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 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